
무계획 국토 종주는 정말 힘듭니다…
제가 당시에 대학 휴학 중이어서 시간이 좀 남는 상황이었고, 그 여유로운 시간을 하루하루 먹고 자며 흘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딱히 하는 것 없이 없어지는 시간이 아까워서, 지금이 아니면 못할, 기억에 남을 경험이나 활동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국토 종주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두 발로 걸어서 횡단하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로 가는데 힘들면 얼마나 힘들것이고, 오래 걸리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했습니다. 정말 멍청한 생각이었죠
그래서 제가 계획을 너무 촉박하게 잡았습니다.
제가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5일 뒤에 합주 연습 일정이 잡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3박 4일이라는 정말 대담하고 무식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3박 4일 ← 평소에 자전거 타지 않는 일반인 기준 진짜 절대 불가능합니다.

자전거 국토 종주가 총 630km 인데, 3박 4일만에 여길 다 돌려면 하루에 150키로 이상을 달려야 했습니다…
마냥 행복하게 계획 짤때는 될줄 알았죠
비록 실패한 계획이었지만 그래도 제가 짠 스케줄을 설명해드리자면, 3박 4일 동안 달리고, 마지막 날 밤에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3박 4일동안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숙박할지 계획도 안하고 무작정 출발했다는게 참…
어느정도 자전거 타는데 익숙한 사람이라면 3박 4일도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라는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용기를 내봤는데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숙련자들은 2박 3일만에도 간다는데 정말 말이 안되네요
제가 준비한 준비물들입니다.

자전거는 바이크로라는 자전거 대여업체 통해서 빌렸습니다. 지점이 부산에도 있어서 인천-부산 종주 후 자전거를 반납하는 방식이 가능해서 좀더 편리하겠더군요.
꼭 필요한 것들 말고는 전부 빼내는 걸 추천드립니다.
무거워서 자전거가 앞으로 안나가고 다리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특히 오르막길이 지옥입니다.

짐이 많을수록 배로 힘들더군요…
서해 갑문 시작 → 부산 종료
진짜 무지성이네요. 일단 계획은 그러했습니다
새벽에 바로 출발하기 위해, 전날에 인천으로 가서 근처 숙박시설에서 묵었습니다.
바이크로에서 자전거를 빌리면 서해 갑문까지 갖다 주셔서, 바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크로에서 받은 자전거를 받고, 출발했습니다.
정말 힘들었고, 무엇보다 엉덩이가 너무 아팠습니다.
솔직히 하려면 국토 종주 충분히 할만한데, 제가 짠 계획이 너무 촉박했고, 절대 4일로는 부산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루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성공했을텐데, 먼저 잡혀 있던 일정이 있었는지라 결국 중도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하루동안 자전거 정말 열심히 탔습니다.
힘든 와중에 가장 도움 됐던건 포도당 캔디였습니다.
다리가 정말 안움직이고 정신이 오락가락 할때도, 포도당 캔디 몇개 먹고 잠깐 5분 쉬면 바로 컨디션이 돌아와서, 정말 큰힘이 되어주었습니다.

하루동안의 제 기록입니다.
진짜 할만했는데 일정만 여유로웠다면 ㅠㅠ

또한, 무엇보다도 일몰 시간을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 큰 문제였습니다.
서울 시내야 한밤중에도 시야가 밝은데, 서울 근교를 벗어나 가다보면 정말 가로등 하나 없는 곳이 많더라구요.
분명 바이크로 통해서 시야를 밝혀줄 자전거 라이트도 대여했는데, 별로 밝지도 않은 성능 안좋은 걸 빌려주셔서 정말 당황했습니다.
정말 한순간에 어두워지는데, 라이트는 안되고, 길은 더이상 관리가 잘된 자전거길이 아니라 울퉁불퉁하고 하니, 마음이 절로 다급해지더군요.
특히나, 제가 어디서 밤을 보낼지 묵을 곳을 정해두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이 크나큰 오착이었습니다.
제가 제 자전거 실력을 모르다 보니 일단 가다가 모텔이나 잘 곳 찾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모텔이 ‘더’ 드문드문 존재했고, 방이 없는 모텔이 많았습니다. 대체 왜..? 평일에 외곽인데…
그래서 빛 없이 자전거를 끌며, 몇키로를 걸어간 이후에야 모텔을 찾아 겨우 하루밤을 묵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가 지자마자 기승을 부리며 들끓는 모기떼들이 정말 인내의 극한을 시험하게 하더군요.
모기 퇴치제, 벌레 퇴치제 반드시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겨우 근처 모텔 잡아서 잘 곳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
밥을 먹지 못한 상태라 너무 힘들고 배고팠는데, 근처에 마침 대가 설렁탕이라는 설렁탕집이 있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고, 가게 주인분께서 친절을 베푸셔서 서비스로 음료수도 주시고, 기본으로 시킨 설렁탕도 곱배기로 업그레이드 해주셨습니다 ㅠㅠ 너무 감사드려요
그러고 나서 숙소에서 씻고, 파스를 잔뜩 붙힌 후 잠을 청했습니다.
역시나 컨디션은 최악이었습니다 ^^
일정도 못 맞출것 같고, 몸 컨디션도 안좋았어서 그냥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돌아가기엔 아쉬우니, 주변 경치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열심히 자전거만 타느라 주변 풍경을 못봤던 전날과 달리, 펼쳐진 강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둘러다녔습니다.
전날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풍경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다음에는 전기자전거 타고 느긋하게 다닐까 하는 욕망이 스멀스멀~ ㅋㅋㅋㅋ

둘러다니다가 근처 막국수 맛집이 있길래 밥도 야무지게 먹었습니다. 강계봉진막국수 였는지 삼대 봉춘 막국수 였는지 모르겠지만 되게 사람 많은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전날 달린 길을 다시 돌아갈 용기가 생기지 않아서, 현대 문물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마침 근처에 양평 경의중앙선이 있었고, 마침 주말이라 자전거 운송이 가능한 날짜였어서, 편안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즐기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더군요
깨달음 입니다.
그래도 시도한 국토 종주 끝은 봐야죠
양평역에서 출발해서 못달려본 나머지 길 도전할 생각입니다.
다음엔 꼭 성공하면 좋겠네요 ㅎㅎ